
[2022 롤드컵 T1] 10년 동안 한 팀을 응원한다는 것의 의미
롤체 깎는 노인
·2022. 11. 4. 20:55

2013년, SKT T1 K 와 Faker의 충격적인 데뷔전을 라이브로 봤던 날나는 단번에 그들의 플레이에 매료되었다. 하지만 그 때까지는 이 팀의 팬이라기 보다는 그저 슈퍼플레이에 열광을 했을 뿐이었던 것 같다. 끝이 보이지 않는 부진을 겪던 그들이 역경을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면서 비로소 진정한 팬이 되었다.

시간은 내게도 속절 없이 흘러 벌써 2022년. 갓 데뷔전을 치렀던 잼민이 페이커는 어느새 LCK 최연장자이자 최장수 프로게이머가 되었다. LCK 10회, 롤드컵 3회, MSI 2회 등 말도 안 되는 커리어를 쌓았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기량이 떨어진 모습을 보일 때마다 수많은 악플러들의 공격을 받으면서도 묵묵하게 버티며 도전을 이어가고 있는 Faker. 정말 존경스럽다. 나와는 전혀 다른 화려한 삶이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묘한 동질감을 느끼며 올해 롤드컵 우승을 온 마음을 다해 응원하고 있다.

팬심이라는 건 정말 신비로운 감정이다. 따지고보면 그 동경의 대상이 나에게 주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그런 식으로 득실을 따져본 적이 없다. 그저 내 일처럼 함께 기뻐하고 슬퍼하고, 잘 해내기를 혹은 행복하기를 온 힘을 다해 응원할 뿐이다. 굴욕적인 패배를 할 때는 함께 힘들어하고 통렬한 승리를 할 때는 함께 짜릿함을 느꼈다. 저번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T1 경기를 볼 때가 내가 나 스스로의 감정에 가장 솔직해지는 순간인 것 같다.

지난 2022 MSI 와 LCK 써머 2연속 준우승이 아쉽기는 하지만, 승부의 결과와 상관 없이 실시간으로 경기를 보며 응원하는 모든 순간을 진심으로 즐겼던 것 같다. 아픔을 뒤로 한 채 이번 월즈에 출사표를 던진 티원은 그룹 스테이지 초반부터 프나틱에게 일격을 당했지만, 마치 예방 주사를 맞은 것처럼 점점 더 단단한 경기력을 보여주며 8강 RNG, 4강 JDG를 꺾으며 더욱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며 팬들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22 롤드컵, 이제 마지막 한 걸음 남았다. Faker 와 T1이 2016년에 마지막으로 롤드컵 우승을 하고 6년을 기다려온 기회이다. 나도 팬으로서 페이커와 티원의 도약을 오매불망 기다려왔고, 지난 일주일 내내 흥분 상태로 일요일 아침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이 금요일 밤이니 하루 반나절 정도 남았다.

결승 상대가 데프트의 DRX 인 점은 뭐랄까 꽤나 만족스럽다. 이번에 데프트와 DRX가 보여준 소년만화같은 서사는 정말 소름끼쳤다. 경기를 볼 때마다 흥분되고 그들의 선전을 응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상하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에 T1이 결승에서 지더라도, 데트프의 우승을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점멸은 F가 근본.
T1이 10년 간 역사를 써내려가는 동안 짜릿한 승리의 순간도 많았지만 뼈 아픈 패배도 정말 많았다. 승리 혹은 행복의 순간이 짜릿한 것은 패배와 슬픔이 공존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치 우리 개개인이 살아가는 삶처럼 말이다. 무튼 앞으로도 잘 부탁해. 화이팅 티원, 화이팅 페이커, 화이팅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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