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시 팬이 쓴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분석을 위한 아르헨티나 전술 분석과 프랑스 분석 찍먹
롤체 깎는 노인
·2022. 12. 18. 23:36
안녕하세요. 이번 월드컵 너무 재밌어서 조별 리그 몇 경기를 제외하고는 놓치지 않고 다 보고 있는 흔한 축덕입니다.
리오넬 메시의 월드컵 우승을 염원하는 팬의 입장에서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이 그의 대관식이 되기를 바라며, 양 팀의 전술 분석을 통해 결승전의 관전 포인트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먼저 최근 국제전 성적을 비교해보면 프랑스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하여 황금세대의 시작을 알렸고 지난 우승 멤버의 절반 이상이 여전히 대표팀에서 뛰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 대회였던 유로 2021에서는 16강에서 스위스에 승부차기 끝에 패하여 조기 마감하였지만, 이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실제로도 상당한 경기력을 앞세워 큰 무리없이 안착하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16강에서 우승팀 프랑스를 4대3으로 석패하여 고배를 마셨습니다. 하지만 우승에 대한 간절함을 바탕으로 다시 한 번 똘똘 뭉쳐 코파 아메리카 2021에서 브라질을 꺾고 우승을 하였으며, 유로2021의 우승팀과 코파 아메리카 2021의 우승팀이 대결하는 La Finalissima 에서도 이탈리아에 3-0 완승을 거두며, 절정의 단결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출정식이었던 사우디알엑스(Saudi Arabia)에 충격패를 당하였지만, 절치부심한 아르헨티나는 점점 나아지는 경기력으로 결승 무대에 당도하였습니다. 메시는 인터뷰에서 사우디전의 패배가 예방주사가 되어 큰 도움이 되었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였습니다.
굳이 우승이 더 간절한 쪽을 고르자면 직전 월드컵 우승국, 디펜딩 챔피언인 프랑스보다는 이미 네 번의 월드컵에서 우승에 실패하고 마지막 다섯 번째 도전에 나선 메시가 속한 아르헨티나겠지만, 잔혹한 승부의 세계에서 단지 더 간절하다고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모두가 잘 알고 있습니다. 양 팀 모두 8강, 4강에서 강한 면모를 보여주며 결승에 온 만큼 기세 면에서는 동등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본격적으로 각 팀의 전력을 분석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아르헨티나입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 32개국 감독 중 최연소 감독인 리오넬 스칼로니. 그에 걸맞게 전술적으로 굉장히 유연하며 변화를 두려워 하지 않는 면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기를 보면 모든 경기의 선발 라인업이 다른데다 경기 중에도 과감하고 빠른 판단으로 교체 타이밍이 굉장히 빠른 편입니다. 프랑스의 데샹 감독은 우리나라의 벤투 감독처럼 전술 변화를 꾀하기 보다는 잘하는 전술(4-2-3-1)을 우직하게 밀고 나가며 상대에 따라 부분 전술을 달리하는 반면, 아르헨티나의 스칼로니 감독은 경기마다 구사하는 전술의 차이가 꽤 있기 때문에, 조별 리그의 경기부터 쭉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사우디 아라비아전에서 변형 4-4-2를 들고 나온 아르헨티나는 말도 안 되게 수비라인을 높게 올려 중원을 압박하고, 적극적으로 오프사이드 트랩을 활용하는 전술을 준비해온 사우디 아라비아에 고전하였습니다. 사우디는 놀라운 조직력으로 경기 내내 침착함을 잃지 않았으며 전반전에만 오프사이드로 골이 세 번이나 취소되면서 아르헨티나는 좋던 흐름을 잃고 충격패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스칼로니 감독은 그 다음 경기인 멕시코전에서 전술 기조는 크게 바꾸지 않은 채로 사우디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선수들 대신 다른 선수들을 선발로 기용하는 결단을 내립니다.
가장 눈에 띄었던 선발 명단 교체는 사우디전에서 느린 주력과 경기 흐름을 빠르게 캐치하지 못해 메시의 방향 전환 패스를 수차례 놓친 왼쪽 풀백 탈리아피코를 대신하여 발이 빠르고 공격적인 아쿠냐를 기용한 점이었는데, 이는 굉장히 주효하였습니다. 바르셀로나 시절부터 메시가 오른쪽에서 공격하다가 멀리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왼쪽 풀백 조르디 알바에게 날카로운 롱패스로 기회를 창출하는 패턴은 메시를 보유한 팀이 누릴 수 있는 아니 누려야만 하는 굉장한 이점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띄었던 인물은 후반전에 교체로 투입된 벤피카의 신성 엔조 페르난데스. 21세의 이 어린 선수는 경기에서 효과적으로 중원의 살림을 책임졌을 뿐만아니라 쐐기골까지 터트리며 단숨에 월드컵 스타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이 경기에서 선제골을 넣은 메시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평점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만약 이번에 아르헨티나가 우승한다면 21세 이하의 선수에게만 주어지는 영플레이어상(2018 수상자는 음바페)을 수상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결승을 앞둔 지금은 이미 빅클럽들이 군침을 흘리는 선수가 되었고 몸값이 매우 치솟은 상태입니다.
지난 10월에 파리 생제르망과 벤피카의 챔피언스리그에서 두 차례 맞붙어 두 경기 모두 1 대 1 무승부를 기록하였는데, 경기를 보는 내내 벤피카 왜 이렇게 잘하냐는 말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벤피카의 경기력은 정말 놀라웠고 그리고 그 중심에는 엔조 페르난데스가 있었습니다. 23-24 시즌에는 엔조 페르난데스가 어디서 뛰고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어쩌면 이번 겨울 이적 시정에서 이적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과연 벤피카가 이 월드컵 스타를 지킬 수 있을지 궁금하네요.)
이어진 폴란드전에서는 4-3-3에 가까운 전술을 들고 나옵니다. 헌신적으로 많이 뛰어주는 공격수 훌리안 알바레즈를 처음으로 선발 라인업에 올려 프리롤을 수행하는 메시에게 수비 부담을 줄여줌과 동시에 중앙에 3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해 폴란드의 중원을 질식시키는 데 성공한 아르헨티나. 지난 멕시코전부터 선발 출전을 한 맥 알리스터는 선제골을 터트리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였고, 왼쪽 풀백 아쿠냐 역시 활발한 오버래핑으로 맥 알리스터와 함께 왼쪽을 지배하였습니다. 그리고 왼쪽 최전방에는 처음으로 선발 출장한 신성 훌리안 알바레즈. 비록 현재 소속팀 맨시티에서는 축구계 최고의 거물이라 할 수 있는 미남 공격수 엘링 홀란드의 백업 역할에 만족하고 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 4골을 터트리며 팀 내에서 메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골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위의 폴란드전 패스맵을 보면 4-4-2에 가까운 전술을 썼던 지난 사우디, 멕시코전에 비해 훨씬 더 높은 지역에서 공을 소유하며 보다 다양한 볼줄기를 형성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물론 폴란드의 수비 전술에 따른 차이도 영향은 있지만) 결국 젊고 전술적으로 유연한 스칼로니 감독의 아르헨티나는 사우디전의 패배를 거름 삼아 경기력이 점점 향상되며 기세를 탔습니다.
16강에서 만난 호주는 2대0으로 격파한 것 치고는 꽤나 힘든 경기였습니다. 아르헨티나는 폴란드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4-3-3 전술을 다시 꺼내들었고, 호주는 아르헨티나와 폴란드의 경기를 씹어먹은 것처럼 더 촘촘한 그물같은 수비 전술을 준비해왔습니다. 폴란드는 수비라인을 많이 내려서 아르헨티나를 상대하였는데, 이 때문에 개인 능력이 뛰어난 아르헨티나 선수들에게 위험 지역에서 공격을 많이 허용하면서 언제 골이 터져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반면교사라도 한 듯이 호주는 보다 높은 지역에서 수비라인을 형성하여 박스에 가까운 위험 지역에서의 공세를 받아내기 보다는 뒷공간에 대한 리스크를 보다 떠안게 되더라도 박스 근처에 오지 못하게 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때문에 아르헨티나의 공격은 위험지역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좌우로 전환되거나 중간에 끊어지는 경우가 많아 고전을 하였습니다. 이는 폴란드전의 히트맵과 호주전의 히트맵을 비교해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폴란드전에서는 상대 진영에서 공을 많이 잡았지만, 호주전에서는 그러지 못 했습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에게는 메시가 있었습니다. 기어이 박스 안까지 들어온 메시는 잔발로 수비수들이 슈팅 타이밍을 잡기 어렵게 교란시킨 다음 침착하게 골대 구석으로 공을 밀어 넣어버렸습니다. 앞에 수비수가 저렇게 많은 상황에서 말이죠.
하지만 스칼로니 감독은 전반전과 후반 초반 경기력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공격수를 한 명 빼고 수비수를 추가로 투입하며 전술을 바꿔버립니다. 월드컵 본선에서는 처음으로 시도하는 쓰리백. 결과론적이지만 어쩌면 이미 8강 네덜란드전에 사용하려고 준비한 전술을 테스트해본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4-3-3일 때는 중원의 데 파울과 맥 알리스터가 좌우로 크게 벌리기 보다는 중앙지향적이어야만 했습니다. 왜냐하면 공격진의 파푸 고메즈와 훌리안 알바레즈가 좌우로 크게 벌려서 공격을 했기 때문이죠.
3-5-2로 전술을 변경하여 수비수가 3명이 되면서 엔조 페르난데스가 3명의 수비수를 보호하는 동안 데 파울과 맥 알리스터는 양쪽의 윙백들과 함께 측면 공간으로 더 넓게 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훌리안 알바레즈는 보다 직선적인 압박을 가할 수 있었고 후반 56분 무렵, 호주의 최후방 지역을 오른쪽 측면에서 데 파울이 강하게 압박하여 불안정한 백패스를 유도하고, 훌리안 알바레즈가 번개같이 달려와 골키퍼를 압박하는데 성공하여 쐐기골을 기록합니다.
감독의 전술 변화로 경기 양상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은 축구의 큰 매력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꺾마 정신으로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호주는 끝내 한 골을 추격하였고 경기가 끝날 때까지 파상공세를 펼쳤던 덕분에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재밌는 경기였습니다. 이처럼 변화무쌍한 아르헨티나의 전술 덕분에 다음 경기는 과연 어떤 전술을 가지고 나올지 궁금해하며 8강전을 기다렸습니다.
오렌지 군단. 과거의 영광이지만 현대 축구 전술을 기반을 마련한 인물 중 하나인 요한 크루이프의 뒤를 이은 자들. 이번 월드컵에서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전력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가 처음으로 만나는 호적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기대되는 매치업이었고 개인적으로 아르헨티나와 네덜란드의 경기에서 보여준 두 감독의 전술 대결은 이번 대회를 통틀어서 가장 재밌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백전노장 반 할 감독은 지난 아르헨티나 경기들을 분석한 다음, 호주와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았습니다. 메시가 파이널 써드와 같은 위험 지역으로 들어오지 못 하게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목표로 쓰리백 수비라인을 높게 가져갔으며, 위치에 따라 데 용과 아케에게 메시의 맨 마킹을 붙이는 선택을 했습니다.
반대로 아르헨티나는 네덜란드의 3명의 중앙지향적인 공격수(베르바인, 멤피스 데파이, 코디 각포)를 막기 위해 3명의 중앙수비수를 두었습니다. 16강 미국전에서 1골 2도움으로 대활약하는 기염을 토한 둠프리스의 개입을 철저하게 경기에서 배제해버리는 선택을 합니다.
변형 쓰리백을 써서 오른쪽 수비수인 로메로를 마치 풀백처럼 오른쪽으로 넓게 배치시키고, 오른쪽 윙백인 몰리나를 높게 올려놓습니다. (특히 몰리나는 지난 시즌 우디네세에서 쓰리백 전술의 윙백으로 어마어마한 활약을 한 것을 바탕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하였습니다.) 중앙에 엔조 페르난데스를 두고 데 파울을 오른쪽으로 벌려서 대놓고 비대칭 빌드업을 해버립니다. 아르헨티나의 네덜란드전 패스맵과 히트맵을 보면 이 점이 확인이 드러납니다.
네덜란드의 왼쪽 윙백인 블린트가 32세로 나이가 많기 때문에 젋고 빠른 몰리나를 막기 버거워 할 것이 분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아케가 메시를 맨 마킹하러 나오다보니 때때로 그 뒷공간이 열렸고, 메시와 몰리나는 이를 놓치지 않고 선취골을 기록합니다.
저 많은 수비수들 사이에서 정확하게 패스를 찔러 넣는 메시. 그리고 그의 생각을 알고 있다는 듯이 공간을 찾아들어가는 나우엘 몰리나. 정말 대단한 플레이입니다. 후반전에는 PK로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무난하게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날 것만 같던 경기는... 반할 감독의 결단으로 완전히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됩니다.
아르헨티나 수비수들이 키가 작다는 점을 노려(특히 리산드로 마르티네즈가 175cm) 188cm의 루크 더 용과 무려 197cm의 베호르스트를 투입하여 대놓고 뚝배기 전략을 쓰는데... 알고도 못 막는 아르헨티나. 불안불안하더니 경기 막판 베호르스트에게 두 골을 허용하며 경기는 연장, 승부차기까지 가는 꿀잼 경기가 되어버렸습니다. 메시 팬 입장에서는 크로스가 올라올 때마다 너무나 두려웠습니다.
경기는 골키퍼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의 선방쇼로 승부차기 끝에 아르헨티나가 승리를 거뒀습니다. 결과적으로 아르헨티나는 승부차기 접전 끝에 승리했기 때문에 결승전에서도 승부차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 경기가 보약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드디어 크로아티아와의 4강전입니다. 크로아티아의 중원은 이번 월드컵 최강이라 불릴 정도로 퀄리티가 높습니다. 각성한 브로조비치와 메날두 시대에 발롱도르를 받은 남자 모드리치, 첼시에서는 부진을 겪었지만 국대에서는 날아다니는 애국형 미드필더 코바치치. 크로아티아는 강력한 중원과 이번 대회 최고 주가를 달리고 있는 중앙수비수 그바르디올이 버티고 있는 단단한 수비진에 비해 공격진이 다른 강팀들에 비해서는 위협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프랑스와 아르헨티나가 6경기에서 각각 13득점, 12득점을 기록한 반면, 크로아티아는 7경기에서 8득점. 어제 있었던 3,4위전을 제외하면 6경기 6득점에 그쳤기 때문에, 공격진의 득점력이 아쉬운 것은 분명한 사실이죠.
때문에 아르헨티나는 굳이 쓰리백을 사용할 필요가 없었고, 크로아티아의 강한 중원을 버텨내기 위한 재밌는 중원 조합을 구성합니다. 보통 4-4-2를 하면 오른쪽과 왼쪽 모두 혹은 둘 중 하나는 윙어 성향이 있는 디마리아 같은 선수를 활용하여 측면 공격에 힘을 싣기 마련인데, 4명 모두를 중앙 미드필더 성향을 지닌 선수를 투입하며 크로아티아의 3명의 미드필더와 맞상대하였습니다. 대신 양쪽 풀백인 몰리나와 타글리아피코를 높게 전진시켜 측면 공격을 돕게 했죠.
스칼로니 감독은 정말 재밌습니다. 재밌기만 하면 큰일나는데 준비해온 재밌는 전술로 승리를 이끌어내고 있다는 점이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2006년에는 스칼로니와 메시가 선수로 대표팀 한솥밥을 먹었는데, 이렇게 감독과 선수로 만나 월드컵 결승까지 왔다는 사실도 흥미롭습니다.
결국 스칼로니 감독의 전술은 적중했고, 크로아티아 중원의 영향력을 억제하는데 성공하며 3대0 대승을 거두며 결승 진출을 확정하였습니다. 아마 아쿠냐가 경고 누적이 아니어서 선발 출장할 수 있었다면, 3대0으로 끝나지 않았을 가능성도 충분한 경기력이었습니다.
이 날 훌리안 알바레즈는 왜 자신이 결정력 부진을 겪고 있는 라우타로 마르티네즈를 밀어내고 메시의 옆을 지키게 되었는지 2골을 넣으며 증명하였는데, 어린 시절 메시와 찍었던 사진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번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결승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크게 3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 번째는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전히 차원이 다른 축구를 보여주는 마법사같은 메시지만, 나이가 많다보니 급격히 떨어진 활동량으로 수비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없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현대 축구에서 많은 어려움을 야기합니다.
기본적으로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은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는 선수들을 우선순위에 놓습니다. 메시의 수비 부담을 줄여줘 찬스 상황에서 메시의 공격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전술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상대의 장점을 틀어막는 날카로운 전술과 유연한 대처로 모든 축구팬을 열광하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주전과 비주전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아 누구에게나 기회가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기 때문에 선수들 모두 항상 경기에 투입되어 헌신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은 활동량이 떨어진 자신들의 주장 메시를 위해 기꺼이 한 걸음 더 뛰어주는 아르헨티나 선수들. 저를 포함해서 수많은 축구팬들은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원한다기 보다는 리오넬 메시의 우승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저 수준에 오른 선수들은 분명 강한 에고를 지녔을 가능성이 높고, 전세계의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메시를 향해 있기 때문에 때때로는 국가를 위한, 팀을 위한 혹은 메시를 위한 자신의 헌신이 가치있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경기를 보면 그런 우려가 쏙 들어갈 만큼 많이 뛰고 있죠. 덕분에 수비 부담이 줄어든 메시는 수비시 역습 상황을 기다리며 체력을 아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원동력은 리오넬 메시. 그의 다섯 번째이자 마지막이 될 월드컵. 리그 우승, 챔피언스 리그 우승, 코파 아메리카 우승 등 월드컵은 제외한 모든 우승 커리어를 완성한 메시. 게다가 아르헨티나는 1986년 이후로 20년 넘게 우승을 하지 못 했습니다. 그의 어깨가 얼마나 무겁고 부담감이 클지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메시는 그 부담감을 이겨내고 팀이 필요할 때마다 증명하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메인디시였다면 사이드 디시라 할 수 있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우승한 디펜딩 챔피언 프랑스를 알아볼 차례입니다. 아르헨티나의 전술이 매 경기 다른 것이 매력이라면, 프랑스는 반대로 확실하게 통하는 우직한 전술이 매력인 팀입니다. 심지어 2018년 우승 멤버의 다수가 여전히 대표팀에 있으며, 부상으로 일찌감찌 낙마한 포그바와 캉테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그때와 비교해서 크게 뒤지지 않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저 역시도 상대가 아르헨티나가 아니라면, 프랑스를 응원하고 싶을 정도입니다. 사실 프랑스 경기도 전 경기 다 봤고, 상세히 분석해보고 싶은데 결승전 킥오프가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기에 찍먹만 가볍게 해보겠습니다.
첫 번째 경기였던 호주전에서 오른쪽 풀백 파바르와 왼쪽 풀백 루카스 에르난데스가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두 번째 경기부터는 센터백 자원으로 분류되지만 풀백 소화가 가능한 쿤데와 루카스 에르난데스의 동생 테오 에르난데스가 선발로 나서게 되었습니다. 기본 전술은 4-2-3-1을 유지하였으며 코나테를 바란으로 바꾼 것 이외에는 라인업에 변화가 없었습니다.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인 튀니지전에서는 4-3-3을 쓰기는 했지만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한 상태여서 대부분 비주전 멤버들로 로테이션을 돌린 경기여서 크게 주목할만한 변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센터백 라인은 바란 우파메카노 조합이 1순위라는 것을 어느 정도 확인한 16강 선발 라인업. 그리고 대쪽같은 데샹의 4-2-3-1은 8강 잉글랜드전까지 이어집니다. 그리고 잉글랜드가 아르헨티나만큼의 전력을 보유한 팀이라는 점에서 이 경기는 주목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랑스가 공격하는 상황에서 양쪽 풀백은 비대칭적인 움직임을 가져갑니다. 파바르의 부상 낙마로 센터백 자원인 쥘 쿤데를 선발로 기용하는 프랑스는 오른쪽 풀백의 오버래핑을 거의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반대편의 테오 에르난데스는 원래 성향도 공격적이지만 음바페와의 연계를 위해 높게 올라갑니다. 쿤데가 공격에 가담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즈만은 주로 오른쪽에서 뎀벨레와 짝을 이루며 공격을 하다가 반대편 음바페에게 공간이 열리거나 음바페가 침투하는 타이밍에 긴 침투 패스를 시도하곤 하는데, 현재 음바페의 폼이 말 그대로 절정이기 때문에 알고도 못 막는 것이 정배입니다.
음바페는 다음 공격을 위해 수비 상황에 거의 개입하지 않습니다. 특히 프랑스가 선제 득점을 하고 나면 이 성향은 더욱 짙어집니다. 그리즈만은 본래 성향이 수비에 많이 가담하기 때문에 잉글랜드전처럼 더 많이 내려와서 442 형태의 두 줄 수비를 만들기도 합니다.
4강 모로코전에서는 라비오와 우파메카노의 감기 증세로 코나테와 포파나가 대신 출전하였습니다. 결승전에는 복귀할 전망입니다.
프랑스는 결승전에서도 잉글랜드전의 전술과 거의 비슷하게 나올 것이라 예상되는데... 아 킥오프 시간이 다 됐네요. 아직 선발 라인업도 확인을 못 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괜히 시작했나 하핳ㅎㅎ하하하하핳하하하하하하핳
무튼 제 생각을 말씀드리면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잉글랜드가 카일 워커로 음바페를 막으려고 했던 것처럼, 확실한 음바페 억제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 오른쪽 풀백인 몰리나의 공격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은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너무나 고통스러운 손실이기 때문에, 스칼로니 감독은 네덜란드 전에서 활용한 쓰리백을 준비하지 않았을까 하는 예상을 해봅니다. 쓰리백의 우측에 발이 빠른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를 두고 음바페의 침투를 최대한 억제하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로메로는 토트넘 경기를 보다보면 정말 이해할 수 없는 빙구짓을 할 때가 있어서 음바페를 맡기기 살짝 불안하네요.
그리고 프랑스의 볼줄기는 그르지만이 통제합니다. 추아매니가 잘해주고 있지만 아직은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능력이 만개하지는 않았고, 그리즈만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며 플레이메이킹을 하는 것이 프랑스의 핵심입니다. 아르헨티나는 어떻게 중원을 구성하여 그를 억제할지 너무나 궁금해지네요. 아 그리고 최근 경기에서 뎀벨레가 폼이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았는데, 이 친구가 컨디션 좋으면 정말 말도 안 되기 때문에(메시가 바르셀로나 있을 때 거의 모든 경기를 다 봤음) 우측도 소홀히 할 수는 없겠지요.
조심스럽게 선발 라인업을 예상해보자면...
선취점을 허용하고 나면 음바페를 보유한 프랑스의 장점이 더 극대화되기 때문에 윙백을 너무 높게 올리지 않는 5-3-2 형태로 나서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아 30분 남았네. 진짜 제발 메시 우승하자. 화이팅 우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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