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의 축구 역사와 셔틀런 1일차, 저질 체력 탈출기
롤체 깎는 노인
·2023. 1. 4. 12:19
안녕하세요.
메시의 월드컵 우승을 보면서 그동안 포기하고 살았던 축구를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축구 역사를 간략히 설명하자면, 초딩 때는 꼴데팬이어서 장래희망이 야구선수였기에 매일 야구를 했습니다. 축구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했던 거 같아요. 중학교 때는 1학년 때 점심시간마다 축구를 하다가, 2학년 때 디아블로2에 입문하면서 운동과 담 쌓았고, 고등학교 때는 워크래프트3 랭커가 되었고 프로게이머를 꿈꾸며 운동과 담을 쌓았습니다.
그러다 뜬금없이 입대를 앞두고 고등학교 친구들과 축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계기였는지는 기억도 안 나는데, 초등학교 흙바닥 운동장에서 주말마다 공을 찼죠. 전술 그런 것도 몰랐고 그냥 막 했던 거 같은데 장대비가 쏟아져도 그냥 비 맞으면서 수중전하고ㅋㅋ 너무 재밌었습니다. 아직도 친구들한테 조리돌림 당하는 게 하나 있는데, 호나우딩요의 플리플랩이라는 기술 아시나요?
발로 아무리 따라해도 안 되던 이 기술을 어느 날... 롱패스를 받으러 뛰어가다 상대 수비수와 마주하게 된 상황에서 이 기술을 머리로 썼습니다... 이마로 공을 굴려서...ㅋㅋㅋ 평소에 생각했던 것도 아닌데 본능적으로 말이죠. 그래서 같이 축구하던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서 이 시절 축구하던 이야기만 하면 저의 '대가리 플립플랩' 이 회자됩니다. 다들 그 장면에서 다리가 풀렸다며. 조리돌림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저는 영상이 있다면 제 장례식에 틀어도 될 정도로 자랑스럽습니다ㅋㅋㅋㅋㅋ
무튼 그러고나서 입대를 했을 때는 일병 때까지 병장들한테 노예 축구를 당하다가, 상병 달고 나서는 대학을 다시 가려고 수능 준비에 박차를 가해서 축구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주말에 테니스병들과 탁구는 좀 쳤던 거 같네요.
무튼 우여곡절 끝에 서울로 대학을 왔는데, 1학년 때까진 신났지만 2년차가 되니 서울에 올라온 촌놈들이 가끔 느끼는 고독함같은 게 있더라구요. 그래서 팀 스포츠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학교 게시판에 아침에 같이 공찰 사람 모집한다는 글을 올려서 저처럼 근처에 자취하는 3명으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아침 운동하시는 동네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이랑 친해져서 같이 많이 찼는데, 주말에는 축구 끝나고 술을 너무 많이 드셔서 알쓰인 저는 힘들더라구요.ㅋㅋ 그래서 나이가 비슷한 복학생들과 편입생들을 모아서 축구팀을 하나 만들었습니다. 첨엔 이름같은 거 없었는데 금요일마다 학교에 축구 유니폼입고 돌아다니는 우리를 보고 아저씨 축구단이라고 놀리길래 FC AJC로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유니폼은 당시 잉글랜드 어웨이킷이 너무 예뻐서 그걸로.ㅋ
축구하는 건 너무 즐거워서 매일 금요일만 기다리면서 지냈는데, 문제는 지독하게도 재능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팀이 점점 커지면서 알싸(다음카페 아이러브싸커)에서 부족한 인원만큼 용병을 구하거나 상대팀을 구해서 경기를 했는데, 경기장이 커질수록, 그리고 상대가 강해질수록 기본기와 기본적인 운동능력, 축구센스 모든 방면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축구를 잘해서 주장을 한 것이 아니고 당시에 그냥 사람 모으고 이끄는 걸 좋아하고 잘해서 한 것이었지만, 스스로의 부족함이 느껴지니 주장으로서의 면도 안 서고 속상하더라구요. 비슷한 문제를 겪는 친구들과 따로 훈련도 많이 했는데, 기술의 부족함을 채우려 경기마다 무리해서 플레이하다보니 발목 인대가 늘어나거나 햄스트링, 사타구니 부상을 자주 겪게 되었고, 축구를 접을 무렵에는 거의 매경기 다쳐서 끝까지 못 뛰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해도 참 속상하네요. 어릴 때 축구를 많이 했으면 좋았을텐데.
그렇게 축구는 추억으로 남겨두기로 한 지 벌써 10년.
로컬 아저씨들과 가볍게 풋살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곰곰이 생각을 하다가, 깔끔한 패스 플레이로 득점하는 짜릿한 장면을 상상하게 됐고, 오랜만에 공 한 번 차볼까 하는 용기가 생겼어요.
어젯밤에 셔틀런 어설프게 따라해봤는데.. 숨이 넘어가겠더라구요. (그래도 그 시절에 체력은 좋았었는데 흑..) 그래도 웨이트와 탁구는 꾸준히 하고 있는데 달리기를 많이 안 해서 그런가.. 에이징 커브인가.. 무튼 저질 체력을 실감했던 터라 매일 셔틀런 훈련을 하려고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50회 했으니, 매일 3번씩 늘려서 우선 100번을 목표로. 화이팅!
'learn-ing > football'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시 팬이 쓴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 분석을 위한 아르헨티나 전술 분석과 프랑스 분석 찍먹 (0) | 2022.12.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