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의 윤식당이 너무 좋은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롤체 깎는 노인
·2017. 3. 26. 13:40

예고편을 보고 재밌겠다!! 했던 윤식당. 기다리던 첫방송을 드디어 보면서, '역시 믿고보는 나영석!'을 외쳤다. 참 기분좋은 예능이었다. 나는 대체로 나pd의 예능을 좋아해왔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등의 6인 체제였던 1박 2일 초기, 꽃보다 시리즈, 신서유기, 삼시세끼 등 전 편을 다 보지는 않았지만 재밌게 봤었다. 가장 취향에 맞았던 것은 역시 삼시세끼였다. 딱히 뭘 하지도 않고 밥해먹는 것 외의 컨텐츠가 많지 않은데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은 프로그램이었다.

윤식당이 너무 좋은 이유는 삼시세끼가 좋았던 그것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마음이 두 프로그램에 끌린 이유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억지스럽지 않고 사람냄새가 난다.
나피디의 전작들처럼, 윤식당 1회를 시청하면서 깊은 사람냄새가 났다. 일반적인 예능프로그램에서 출연자 개개인의 예능역량이나 잘 짜여진 세세한 컨텐츠적인 요소에 의해 재미를 느끼게 한다면, 윤식당은 아주 큰 틀의 컨텐츠(섬에 한식당을 연다)안에서, 촘촘하게 짜여진 내부컨텐츠 없이 구성원들이 상황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태도나 행동양식을 보여주는데, 그 속에서 재미요소를 시청자가 발견하도록 한다.

때문에 출연자들은 억지로 컨텐츠를 만들어 재밌게 만드려는 생각을 줄이고, 현재 당면한 과제인 식당운영에 최대한 집중하게 되면서 가장 자기스럽고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나피디도 윤식당의 출연자 섭외를 할 때,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이기만 해도 충분히 매력발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을 택했을 것이고, 이서진-정유미-윤여정-신구 네 사람은 분명히 납득할만한 인물인 것 같다. 이들의 꾸밈없는자연스러운 모습에서 우리는 사람냄새를 느끼는 게 아닐까.
전체를 감싸고 있는 선한 마음
삼시세끼나 윤식당을 보면, 내 마음이 힐링되고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힐링예능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추측컨데 나영석사단은 선한 사람들의 집단일 것 같다. 그들이 만드는 작품에서 그들의 선한 마음이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 것 같다.

때문에 가끔씩 화면 속에 들어와 출연자들과 대화하는 나pd나 작가들을 보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이다. 몇몇 장면에서는 출연자들을 배려하는 마음이 많이 드러나기도 한다. 선한 사람들이 뽑은 출연자들도 대부분 선한 것 같고, 선한 매력을 뿜어내는 출연자들을 보면서, 시청자들은 아직도 세상에는 선함이 위대한 가치임을 다시금 느낀다. 이럴 때 우리는 마음이 따뜻해오는 것을 느낀다. 이번 윤식당에서는 특히 윰블리라 불리는 정유미의 순수하고 선한 매력이 뿜뿜하고 있는 것 같다.

내부 경쟁 구도의 부재 또는 희박함
대부분의 예능들은 어쩔 수 없이 분량확보를 위한 내부경쟁이 치열하다. 제작진은 프로그램의 안정성을 위해 확실한 카드가 아니라면, 출연자A가 웃음을 터뜨리지 못하더라도 B나 C가 터뜨려줘야 하기 때문에, 여러 명을 동시에 캐스팅해서 안정성을 높인다. 마치 주식투자를 한 군데 몰빵(?)하지 않고 분산투자하는 것,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덕분에 라디오스타나 해피투게더 같은 예능에서, 몇몇 출연자는 5분도 채 나오지않을 때도 있다. 내부경쟁에서 밀려버렸기 때문이다. 윤식당에서는 내부경쟁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상에서 늘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에게, 윤식당 시청이 편안한 휴식의 느낌을 주는 숨겨진 이유 중 하나라고 본다.

앞으로도 너무나 기대되는 윤식당. 얼른 금요일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 기분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준 제작진과 출연자 분들 모두에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