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스보이스에 대한 고찰
롤체 깎는 노인
·2025. 5. 12. 19:07
안녕하세요.
9월에 있을 친구 결혼식에서 축가를 부르게 되어 계속 발성에 대해 찾아보다가 최근에 조금이나마 깨달은 바가 있어 글로 남겨놓고자 포스팅을 하게 되었습니다.
잠깐 저의 노래에 대한 썰을 풀자면.. 10대에 락발라드에 미쳐서 She's gone, In god we trust 같은 초고음곡을 올바르지 않은 발성(당시에 '반가성' 이라는 이름으로 불린)으로 불러재끼다가 정년이처럼 떡목이 되어서 2-3년 동안은 노래를 하려고 하면 목소리가 뭔가에 막힌 듯이 잘 나오지 않는 요상한 병에 걸려 점점 노래와 멀어지고 있었습니다.
한동안 노래를 안 부르니 저절로 회복을 어느 정도 해서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되었고, 다시 감각을 찾으면서 제2의 전성기처럼 느껴졌었는데 여전히 발성을 제대로 배우지 않아서 건강하지 않은 방식으로 노래를 하다보니 30대를 넘어가면서는 내구도가 다 달아버린 것인지 노래를 끝까지 부르는 것도 쉽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저에게 축가를 부탁한 친구는 저의 회복된 목 상태를 기억하며 축가를 부탁했을 텐데, 스스로도 다섯 번째 축가를 망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발성을 제대로 잡아서 멋진 축가를 선물하기로 다짐하였습니다.
약 3-4주 동안 유튜브에 있는 온갖 영상들을 찾아보고 인터넷에 떠도는 글들을 읽어보면서 느낌 점은 '트레이너들마다 다른 방식으로 설명을 하지만 결국은 같은 내용을 말하고 있구나' 였습니다. 그 중 일부를 오늘 글로 쓰면서 제 머릿속에 각인시키려고 합니다.
1. 믹스보이스의 진실
유튜브 영상을 보다 보면 보컬 트레이너들 중에 '가성' 같은 소리를 내면서 '두성' 혹은 '믹스보이스' 라고 설명을 하고 시범을 보이는데, 시범으로 내는 소리만 들었을 때는 그럴싸 해보였지만 그 분들이 올린 커버 영상을 보면 듣기 좋은 소리가 아니어서 의아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멕아리 없는 소리. 설명은 조금씩 달라도 핵심은 비슷했는데 가성을 내면서 호흡을 통해 강한 압력을 만들고 특정 공명 기관을 활용하여 소리를 승폭시키면 진성에 가까운 가성, 믹스보이스가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이것이 진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이 방식에 몰두해 보았는데, 점점 제가 원하는 소리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런 방식으로 내는 소리는 목에 부담이 거의 없어 편안했고, 매우 유용한 것 같습니다. 덜 중요한 파트에서 이 목소리르 이용해 힘을 아낄 수 있고, 섬세한 감정 표현이 필요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방향으로 오랜 시간을 갈고 닦으면 '나얼류의 환상적인 목소리를 개발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결혼식까지는 4개월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보다 단단한 소리를 좋아하는 제게 가성으로부터 접근한 목소리를 메인으로 해서 가창을 하는 것은 취향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여 다른 접근을 하는 트레이너들의 영상들을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2. 말 그대로 믹스보이스
mix: 섞는다.
voice: 목소리
'내가 원하는 목소리는 가성보다는 진성의 비율이 높은 믹스보이스구나' 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서 검색하는 키워드가 조금 더 명확해졌습니다.
그러다 찾은 어떤 영상에서, 진성을 내는데 발음을 교정하여 두성처럼 부드럽게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계속 비슷한 류의 영상과 글을 찾으며 따라해 보면서 조금씩 감을 잡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한 문장으로 정리를 해보자면
발음할 때 혀가 앞으로 이동하는 '전설' 발음은 그대로 발음하지 말고 '후설' 발음처럼 발음하고, 전설이든 후설이든 노래할 때 입을 크게 벌리지 말자.
외우기 쉽게 도와주는 요령이 유튜브에 있었는데
'키위제외해'의 모음은 'ㅣㅟㅔㅚㅐ' 는 전설
'금붕어조아'의 모음인 'ㅡㅜㅓㅗㅏ' 는 후설
발음을 한 글자씩 천천히 하면서 혀의 움직임을 관찰하시면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가 되실 겁니다.
물론 이건 제가 지금 당장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해 단순화시킨 표현이지 실제로는 훨씬 더 복잡한 세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수들이 노래할 때 발음을 왜 저렇게 뭉개지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편안한 발성을 위해 정확한 발음을 포기한 것이라는 걸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습니다.
최근에 이런 접근으로 발성 연습을 많이 하면서 정말 신기하고 재밌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시에 너무나 복잡하고 어렵다고 느끼기도 하지만,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진리를 탐구하고 훈련하여 깨달은 점이 있으면 포스팅도 하고 부끄럽지 않은 축가를 선물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