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NTJ가 작은 실천으로 훨씬 더 행복하게 사는 법
롤체 깎는 노인
·2023. 4. 14. 13:26
안녕하세요.
저는 외노자 생활을 하며 점점 더 I 기질이 심화되고 있는 인티제입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최근에 작은 깨달음을 얻고 잘 실천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덕분에 알게모르게 훨씬 행복하게 지내고 있는 것 같아서 INTJ 동지들과 공유해보려고 합니다.
INTJ 유형은 일상에서 발생하는 시간적 비효율을 싫어하는데다 스스로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늦잠을 잔다거나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의지 부족으로 지키지 못한 경우, 나약한 자신을 혐오하며 강하게 압박합니다.
저의 경우로 예를 들면
-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고 잤는데 눈을 떠보니 이미 7시일 때, 더 싫은 건 5시 30분에 울리는 알람을 끄고 잠시 고민하다 다시 잠들어버렸을 때.
- 웨이트 트레이닝을 할 때 몸은 분명 한 세트에 15개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데 10개 정도 하다가 마음이 꺾여서 그만뒀을 때.
- 오늘 퇴근하고 영상 편집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퇴근하자마자 씻고 침대로 직행했을 때
- 6시 이후로는 아무 것도 먹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잘 참다가 갑자기 정신이 나가서 배달앱으로 광속 주문을 했을 때.
등이 있습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어휴...이런 약속 하나를 못 지키다니 나는 왜 이렇게 의지가 나약할까? 이러면 내가 다른 인간들과 뭐가 다른가? 한심하다 한심해.'
이런 식으로 후회하고 스스로를 꾸짖습니다. 그렇다면 생각해볼 것은 이렇게 한 다음에 강한 의지가 생겨 행동의 변화로 이어지느냐? 항상 그렇지는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오히려 반복된 실패로 인해 슬럼프가 오기도 합니다.
이제 어떤 깨달음을 얻었는지 이야기해볼게요. 최근에 한국에서 친구들과 가족들이 연속으로 왔다갔었는데, 나이를 먹을 수록 손님 접대가 정말 쉽지 않더라구요. 2주 정도 너무 에너지를 많이 써버려서 방전이 됐어요. 체력이 바닥나니 마음도 쉽게 꺾이더라구요. 거의 3주 가까이 운동을 아예 안 하다가 2주 전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저는 운동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할 때는 보통 공원에서 걷는 것으로 시작해요. 그래서 방전되기 전에는 한참 동안 공원에 안 가고 다른 운동을 했어서 이렇게 공원에 나온 것이 3-4개월만이었는데... 제가 매일 가던 시절에 항상 보이던 사람들이 하나도 보이지가 않더라구요. 매일 나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 사람들도 의지가 대단하구나. 나도 질 수 없지.' 하며 페이스 메이커처럼 생각했던 사람들이 그 사이 다 사라지고 없었어요.
아마 그 중 절반은 본인에게 더 도움이 되는 운동을 찾았거나 운동하는 시간대를 변경했을 것으로 추정한다면 나머지 절반은 아마 지난 날의 저처럼 의지가 꺾인 상태일테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그동안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엄격했나?'
물론 그 덕분에 이룬 것들도 있으니 무조건 유해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자꾸 채찍질을 하다보니 스트레스 레벨을 낮게 유지하기 어려웠어요. 그리고 너무 결과에 초점을 맞춰서 오늘은 의지 컨트롤에 성공했다/실패했다로 하루를 평가하다보니 하루하루를 즐기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매일을 열심히 사는 것을 당연하게만 여겨왔던 저였는데 갑자기 그렇게 사려고 애쓰는 제 자신이 대견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든 생각이
'베짱이같은 삶을 살아서는 만족스러울 리 없는 INTJ 유형의 인간이니 어차피 열심히 살 거, 내 의지와 싸우는 과정을 즐기면 어떨까?'
이를 실천한지 열흘 정도 지난 지금, 저는 지난 날들보다 훨씬 더 삶을 즐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때때로는 내 안의 악마에게 져서 굴복하기도 하지만 자책하고 후회하던 때와는 태도가 많이 달라졌어요. 어떻게 달라졌는지 예를 들어볼게요.
상황 | 생각의 변화 전 | 생각의 변화 후 |
5시 반에 알람이 울렸지만 바로 못 일어나서 45분에 일어남 | 아 바보같이 이걸 못 일어나서 15분 손해봤네 ㅂㄷㅂㄷ | 휴 못 일어날 뻔했는데 15분 걸리긴 했어도 겨우 일어났다. 졌지만 이겼다. 나이스. |
푸시업 20개하려고 시작했는데 10개쯤 했을 때 마음이 껶여서 포기하고 일어남. | 에휴 나란 인간. 너무 나약하다. 이걸 못 하네. | 후 잠깐 마음이 껶였지만 다시 도전한다. 나약한 내 의지를 더 강한 나를 소환해서 이겨내는 이 과정이 즐겁다. |
뭐 이런 식으로요. 열흘 정도 되니 이걸 역으로 활용하는 방식도 개발을 해서
'아마 저 쯤되면 마음이 꺾일테니까 미리 예상해서 잠깐 쉬고 다시 시작하면 돼.'
물론 저의 이런 발상의 전환마저도 나약하다고 비판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는 지금 멘탈이 건강해지는 것을 체감하고 있는데다 이를 통해 더 많은 것을 성취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솟구치고 있답니다.
그리고 이런 마음가짐이 타인을 너그러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줘서 자기만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타인을 지나치게 배척하는 INTJ들의 단점을 개선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혹시 스스로에게 너무 비판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인티제 동지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어차피 손해보는 거 없으니 딱 3일만 따라해보세요. 지금보다 더 행복감을 느끼며 삶을 즐길 수 있고 더 많은 성취를 위한 전환점이 되어줄 지도 모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