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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워킹홀리데이 실패에 대한 나의 이야기

롤체 깎는 노인 2017. 4. 2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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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즘 저의 멘탈이 굉장히 오락가락 하는 중이랍니다. 요즘이라고 하기 민망한 것이 1년 이상 불안정한 정신상태로 지내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특히 요즘 들어서는 난 뭘 해도 안되는 것 같은 기분이 저를 지배하는 부정적인 생각인데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면 정말 우울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된 것은 제법 오래 전입니다. 학과공부 자체에 회의감이 들고 매력을 느끼지 못하게 되면서 슬럼프를 겪기 시작했습니다. 뭘 해도 재미도 없으니 점점 게을러졌습니다. 과제도 공부도 대충대충 망하지 않을 정도만 하고, 특별한 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한 학기를 허무하게 보내고 곰곰이 생각을 해봤습니다. 

'나는 대체 졸업한 뒤에 뭘 하고 싶은걸까?'

전공을 살려서 대기업직원이 되면 행복할지, 학과공부 때려치고 공무원을 하면 행복할지, 취업하지 않고 바로 창업을 하면 행복할지...고민고민을 하다가 결국 평범한 삶보다는 특별한 삶을 살아야 더 만족하고 행복할 것 같아서 창업 도전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멘탈이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은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사는 방식이 너무 한심해서 뭔가 큰 변화가 필요했기에 다소 우발적으로 선택했습니다. 

아시안푸드 레스토랑 브랜드를 창업하고 싶었던 저는 휴학을 하고 아시아여행을 떠나기로 정하고, 첫 번째 국가인 대만으로 가기 위해 워킹홀리데이 비자 발급을 준비했습니다. 중국어를 한 마디도 못 했기 때문에 중국어 인강도 신청했습니다. 

갑자기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저의 7개월 간의 아시아여행은 더 쓰디쓴 실패를 맛보게 했습니다. 창업도 결국 하지 않았습니다. 더 깊은 나락으로 빠지기 위한 준비운동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때는 몰랐지만 이제는 실패했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저는 간절하지 않았어요.

이 한 마디로 모든 실패의 과정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간절한 소망 없이 단순히 가장 괜찮아보이는 대안을 선택했기에, 그에 합당한 노력을 지속하지 못 했기 때문에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하면, 준비과정이 1달 정도는 되었던 것 같은데, 인강도 신청해놓고 중국어를 거의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막판에 다급해져서 현지의 학원을 찾아서 등록해서 다녔습니다. 당연히 별다른 계획도 세우지 않았지요. 

그렇게 도착한 대만에서는 초반에는 운이 좋았습니다. 호스텔에서 몇 일 지내면서 몇 개월 간을 지낼 원룸을 찾아다녔는데, 한 부동산에서 영어를 할 줄 아는 제 또래의 직원을 만나게 되었고, 그는 제가 대만에 있는 동안 모든 것을 베풀어 준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이 친구가 없었다면 정말 아무 것도 못 하고 순식간에 절망하고 말았을 것 같아요. 다시 한번 고마워 지미형.

일반 식당에서는 영어가 거의 통하지 않기 때문에 밥 먹는 것도 참 힘들었습니다. 메뉴판을 전혀 읽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손님이 먹는 것을 달라고 하는 식으로 시작했습니다. 학원(문화대언어중심)을 다니면서 조금씩 알게 되고, 사전앱(pleco짱)에 익숙해지면서는 많이 좋아졌습니만, 여전히 대화가 안 되서 어려운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아시안푸드 레스토랑 창업을 위해 이 곳에 오기는 했으니, 동네에 있는 거의 모든 식당을 시도해보았습니다. 지미형이 데려다 준 맛집과 지미형의 친구들이 소개해 준 맛집들을 함께 다니면서 견문이 많이 넓어지고 뭔가 되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두 달 정도 지나 말이 좀 늘고 나서는, 식당 주인과 대화를 시도해보기도 했습니다. 

'내가 한국에 대만음식점을 하고 싶은데, 가르쳐 줄 수 있나요?' 

뭐 이런식으로 접근을 했습니다. 때때로는 흔쾌히 가르쳐주겠다고 하는 사장님도 계셨습니다. (몇년이 지나 작년에 대만을 갔을 때 그 식당 중 하나를 갔는데, 저를 기억해주시는 걸 보고 깜짝 놀라고 감동받았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시작하지 않은 탓인지 음식이 입에 물리기 시작하자 새로운 도전을 점점 멈추게 되고 모스버거, 맥도날드 등의 패스트푸드를 자주 먹었습니다. 먹는 것에 비해 운동을 많이 하지 않아서 체중이 늘자 괜히 자신감도 떨어진데다, 날씨도 너무 더워지고 ,비도 한번 오면 억수같이 쏟아지니, 나가기가 싫어졌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대만의 4,5월은 평소에는 엄청나게 더운데, 비가 한번 오면 하루 종일 혹은 며칠 동안도 쏟아졌습니다.) 

만일 그때 내가 간절했다면,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갔다면, 어떤 악조건이 있더라도 극복해낼 수 있었을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아쉽습니다. 결국 한 달 이상을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면서 우울해졌고, 5개월도 채우지 못한 채 대만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도 역시 현실의 내가 싫어 큰 변화를 주기 위해서... 이 후에 2달 간 2개국 여행을 했지만 역시나 별다른 성과가 없었고, 처음 한국을 떠날 때처럼 굉장히 우발적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서 복학을 했습니다. 

7개월 간 여행을 했지만, 결국 아무 것도 이루지 못 하고 제자리로 돌아온 셈입니다. 

값진 경험이었고, 아무 것도 얻지 못한 것은 절대 아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이 남는 바보같은 여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워킹홀리데이를 준비하시건 뭔가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시는 분이 이 글을 우연히 보셨다면, 꼭 저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열심히 준비하셔서, 지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加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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