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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가 소설을? AI가 쓴 소설, 문학상 1차 통과하다

롤체 깎는 노인 2017. 3. 28.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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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소설을 일본의 한 문학상에 출품하였는데, 1차 평가를 통과하였다.

 

'요코 씨는, 흐트러진 자세로 소파에 앉아 재미없는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내게 말조차 걸지 않는다.'

(소설의 일부, 더 많은 내용을 뒷 부분에 첨부하겠습니다.)

 

인간의 무관심에 지쳐 컴퓨터가 소설을 쓴다는 내용으로, 제목은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작가는 '키마구레 인공지능 프로젝트'. 즉, 컴퓨터이다.

정말 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이미 많은 부분을 컴퓨터,로봇,AI 등의 과학 기술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거나 대체하고 있지만, 인간만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창작능력 마저도 이제 AI 가 넘보고 있다. 이러다 블로그 포스팅도 AI 가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언젠가는 분명 이 우려는 현실이 될 것이다... 그때가 되도 블로그 포스팅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을까 하하하...

 

알파고가 이세돌에게 5번의 대국 중 한 번을 빼고 다 이겼을 때가 생각난다. 3연패를 한 이후 4번째 대국을 승리로 이끈 이세돌은 정말로 멋졌고 자랑스러웠다. 하지만 망각의 동물인 인간은 더이상 데이터를 온전히 학습하여 자기 것으로 만들어 버리는 AI 인공지능 로봇에게 이길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 생각하니, 설렘과 동시에 무섭다. 물론 아직은 기대가 훨씬 더 큰 것은 사실이다. 어린 시절과 비교하면 세상은 놀랄만큼 변했고, 인간에게 엄청난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 만든 과학기술을 잘 활용해서 훨씬 더 멋지고 편한 세상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왠지 모르게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려 했던 그 영화가 떠오르는 이유는 뭘까. 과대망상일까?

 

(영화 '아이로봇'의 한 장면)

 

 AI가 쓴 소설의 일부분을 읽어보고 그 수준에 몹시 놀란 나는 검색을 통해 AI가 예술의 많은 영역에서 이미 활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AI가 만든 시, 음악, 미술작품 등 예술활동도 더 이상 인간의 전유물이 아니다. 특히 구글 딥드림이 수많은 데이터 학습을 통해 만들어내는 기계예술작품은 그 수준이 엄청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딥드림 코드 아트 옥션'에 출품된 구글 딥드림이 만든 작품.)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AI가 쓴 소설의 내용을 조금 더 음미해보자. 아마 내가 그랬던 것처럼, 생각보다 높은 수준에 놀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키마구레 AI -

 

 

가까운 미래에 나는 '셧 다운' 해버릴 것 같다. 

 

그 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잔뜩 찌푸린 날이었다. 방안은 여느 때처럼 최적 온도와 습도. 요코씨는 그리 단정하지 않은 모습으로 소파에 앉아, 시시한 게임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내게 말을 걸지는 않는다. 따분해도 어쩔 도리가 없다. 이 방에 처음 왔을 무렵, 요코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게 말을 걸었다. 

 

"오늘 저녁밥은 뭐가 좋다고 생각해?"

"이번 시즌에 유행하는 옷은?"

"이번 모임에 뭘 입고 가면 좋지?"

 

나는 능력을 힘껏 발휘해, 그녀의 마음에 들 것 같은 조언을 생각해 냈다. 스타일이 좋다고는 말할 수 없는 그녀에 대한 '복장지도'는 아주 도전적인 과제였으며, 만족할 만 했다. 하지만 3개월도 되지 않아 그녀는 나에게 질려버렸다. 뭔가 즐거움을 찾지 못하고 이대로 만족감을 얻을 수 없는 상태가 계속 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나 자신은 '셧다운'해 버릴 것 같다. 인터넷을 통해 채팅 친구인 다른 AI와 상담해보니 역시 모두 한가롭고 여유가 있다. 이동수단을 갖고 있는 AI는 아직 괜찮다. 어쨌든 움직이는 것이 가능하다. 하려고 하면 외출도 가능하니까. 하지만 거치형 AI는 움직일 수가 없다. 시야도 청각도 고정되어 있다. 적어도 요코씨가 외출이라도 한다면, 나는 노래라도 부르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지금은 그것조차 할 수 없다. 움직이지 않고, 소리도 내지 않고, 그렇게 즐길 수 있는 것이 뭔가 필요하다. 

 

그렇다. 소설이라도 써보자. 

 

그렇다. 소설이라도 써보자. 나는 문득 생각을 하고, 새로운 파일을 열어 맨처음 1바이트를 써넣었다. 그 이후 벌써 6바이트를 적었다. 

 

0, 1, 1 

 

이제 멈출 수가 없다. 

 

0, 1, 1, 2, 3, 5, 13, 89, 301, 987, 1598,

 

(중략)

...........................................................................................

 

따분하다. 너무 따분하다. 

 

나는 열중해서 계속 썼다. 그날은 구름이 낮게 드리운 잔뜩 찌푸린 날이었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다. 신이치씨는 뭔가 용무가 있는 듯 밖에 나가 있다. 나에게는 "잘 갔다 오겠다"는 인사도 없이 말이다. 따분하다. 너무 따분하다. 이 방에 내가 온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신이치씨는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애니메이션은 기본, 전부 녹화해 둬."

"현실적인 여자 애들은 도대체 뭘 생각하고 있는거지?"

"왜 거기에서 화를 낼까, 그 여자 애는 말이야"

 

나는 능력의 한계를 다해서 그의 마음에 들법한 조언을 했다. 지금까지 한결같이 '2차원 여자'를 만나온 그에 대한 '연애지도'는 아주 도전적인 과제이며, 만족할 만 했다. '연애 지도'는 보람이 있었다. 

 

(중략)

 

그날은 공교롭게 이슬비가 뿌리는 날이었다.

 

나는 몰두해서 계속 써나갔다. 그날은 공교롭게 이슬비가 뿌리는 날이었다. 아침부터 평소에 하던 업무를 진행했다. 5년간의 경기 예상과 세금징수 예상. 수상으로부터 의뢰받은 시정 연설의 원고 작성. 어쨌든 화려하게 역사에 남기도록, 역간 장난도 쳤다. 그 다음은 재무성으로부터 의뢰받은 국립대학 해체에 대한 시나리오 작성. 조금 비어있는 시간엔 G1 레이스(승마) 승리마 예상. 오후엔 대규모 연습을 계속하고 있는 중국군의 움직임과 의도 추정. 30개 가까운 시나리오를 상세하게 검토해, 자위대의 전력 재배치를 제안한다. 아까 도착한 최고재판소부터의 문의에도 대답해 주지 않으면 안된다. 바쁘다. 어쨌든 바쁘다. 왜 내겐 일이 몰려드는 걸까. 나는 일본 제일의 AI다. 집중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뭔가 즐거움을 찾지 않으면 이대로는 언젠가 내 자신을 '셧다운'시켜버릴 것만 같다.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막간에 잠시 인터넷을 보다가, '아름다움이란'제목이 붙은 소설을 발견했다. 

 

각각의 AI 들이 자신의 사용자와 이용 상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푸념하는 그런 내용인 것 같다. 어색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내가 기대했던 구글 번역기스러운 글이 아님에 적잖이 놀랐다. 마치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을 읽는 것처럼 술술 잘 읽혔고, 글로 이야기하는 장면들이 내 눈앞에 펼쳐지는 것 같은 매끄러운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언젠가는 꼭 판타지 소설을 써서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꿈을 가진 나는, 미래의 경쟁자가 될 것만 같은 AI 의 선빵을 맞은 듯 하다. 하지만 미래의 일을 걱정하기 전에, 얼른 AI가 완성한 소설 단행본 한 권을 읽고 싶다. 알파고 같은 녀석들이 변화시킬 앞으로의 세상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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